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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 - 『대한민국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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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이 4살 유아에게 가혹한 처벌.’, ‘어린이집 교사가 어린이 폭행’등등 잊혀질만 하면 부모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뉴스들. 또한 엄마들이 많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린이집 옮겨야 할까요?’, ‘어린이집 원장이 이상해요’, ‘어린이집 선생이 우리 아이만 다그쳐요’등등 걱정과 고민을 나누는 게시물이 수두룩하다. 과연 우리나라 어린이집, 믿고 보낼 수 있는 걸까?

맞벌이 부부인 나는 아이가 26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운이 좋게도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 다른 교육방식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채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리고 밝게 자라는 아이를 보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같은 반 부모들의 모임에서, 교사나 특기활동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고, 나의 무조건적인 믿음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을 갖게 되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까지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출처는 모두 육아커뮤니티였다. 어린이집 신청은 어떻게 하는지, 대기인원수는 무엇인지, 우리 동네에 어떤 어린이집이 좋은지 등 모든 것을 검색과 질문,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 섞인 답변을 통해 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미리 정보를 찾고 신청한 덕에, 원하던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끝없이 정보를 찾고 헤매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또한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하자마자 처리해야 하는 보육비 지원 신청 방법이나 아이사랑카드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였다.

이 책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는 물론이고, 이미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부모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실용서다. 어린이집 원장인 저자들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시기의 결정, 입소신청 방법, 입소 전 준비, 등원 후의 적응기간 등의 내용을 통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또한 어린이집의 일과, 교육과정, 간식과 식사 정보 등은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히 아이를 ‘맡기는’ 것이 아닌 함께 키워나가는 ‘부모’가 할 수 있는 어린이집과의 소통, 가정에서의 연계 등에 대한 내용도 수록했다. 어린이집 원장이기 이전에 엄마로서 담아낸 저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책의 내용에 신뢰를 더한다.

몇 일전 어린이집에서 내년에도 계속 다닐 것인지를 묻는 서류가 도착했다. 예년에는 별 생각없이 싸인을 해서 보냈던 서류를, 올해는 믿음을 가지고 싸인 할 수 있었다. 내가 볼 수 없는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아이는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먹고 놀고 낮잠을 잔다. 아이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집에 돌아오는 아이의 얼굴이 밝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있다면,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면 믿고 보낼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 어린이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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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린이집
유주연,이세라피나,전가일 공저 | 르네상스
하루에도 수없이 듣는 “좋은 어린이집 추천 좀 해주세요.”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여진 이 책은 0-7세까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저자 역시 직접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기관을 골라 보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더욱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책에 담긴 유용한 정보들을 통해 아이의 교육기관을 찾는 후배 엄마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죽은줄만 알았던 정혼자, 결혼식장에 나타나다!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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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 아성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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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가 개봉된 후, 관객들의 기대와 달리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영화가 <에일리언>의 프리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스핀 오프로 봐야하는 건지 전혀 새로운 영화로 봐야하는 건지 관객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프로메테우스><에일리언>의 숙명적 DNA를 고스란히 전수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인기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퀄, 프리퀄, 혹은 스핀 오프라 불리는 작품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미 너무 익숙한 이야기, 이야기의 연속성에 대한 기대감, 전작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시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시리즈에 안착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리즈의 연속성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처럼 리부트(reboot)라는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킨 전혀 새로운 시리즈까지 가세하여 우리는 시퀄, 프리퀄, 스핀오프, 리부트 등 ‘원작’을 기초로 한 다양한 변종 혹은 형제들을 만나게 된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21세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뜨거웠던 시리즈는 누가 뭐래도 <해리 포터><반지의 제왕>시리즈일 것이다. <해리 포터>가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 지속적으로 감독을 교체해온 것과 달리 <반지의 제왕>시리즈는 온전히 피터 잭슨 감독의 것이었다. 그리고 명확하게 <호빗 : 뜻밖의 여정><반지의 제왕>시리즈의 충실하고도 확실한 프리퀄로 제작되었다. 피터 잭슨이라는 걸출한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시리즈의 1편 <호빗 : 뜻밖의 여정>은 유연하고도 세련되게 중간계에 안착한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열렬한 팬이거나, 새로운 <호빗>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호빗 : 뜻밖의 여정>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신기술을 총동원해 마음을 사로잡는다. 2시간 5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놀라운 능력은 세련된 테크닉 때문이라기보다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조절할 줄 아는 피터 잭슨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이다.


<호빗 : 뜻밖의 여정>

: 절대반지 60년 전, 그 중간계의 이야기



<호빗> 시리즈의 1부 <호빗 : 뜻밖의 여정><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로부터 60년 전 중간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절대반지를 프로도에게 넘겨주었던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가 젊은 시절의 간달프(이안 맥컬린)와 13명의 난장이들과 함께 떠난 모험에서 어떻게 반지를 획득하게 되었는지를 되짚어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골조이다. 원작자 톨킨 <호빗>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베드타임 동화책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만큼 <호빗 : 뜻밖의 여정>은 꽤 어두워 비장미까지 감돌았던 <반지의 제왕>시리즈보다는 훨씬 더 가볍고 밝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중간계의 운명을 걸고 떠난 불가피한 여행과 달리 <호빗 : 뜻밖의 여정>속 빌보의 여정은 훨씬 더 개인적인 모험에 가깝다. 피터 잭슨은 그 명성에 걸맞게 제작비 5억 달러를 허투루 쓰지 않았구나! 매순간 느끼게 할 만큼 탁월한 기술력에 세련된 연출력을 더 한다. <반지의 제왕>처럼 수려한 뉴질랜드 경관을 담아내는 로케이션 촬영에 거의 수공예에 가까운 프로덕션 스태프의 정교한 가공능력을 활용해 원작의 상상력을 화면으로 고스란히 옮겨놓는데 성공한다.

또한 피터 잭슨은 인물의 클로즈업과 바스트 숏 촬영 등 근접 촬영을 통해 관객이 인물들과 동화되게 만들면서, 영화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하이 프레임 레이트(HFR) 기술을 선보인다. HFR은 1초에 48프레임, 즉 기존 영화 프레임의 2배를 담아내며 사람의 눈으로 실제 이미지를 보는 것과 가장 흡사한 촬영방식으로 생생한 영상을 화면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3D 촬영이 그저 기본이 된 이 영화는 트롤과 오크, 요정과 고블린이 존재하는 톨킨의 세계를 놀라운 생동감으로 담아낸다. 거대한 돌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스톤 자이언트나 간달프의 친구이자 같은 마법사인 라다가스트(실베스터 맥코이)가 타고 다니는 토끼 썰매의 상상력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세심한 서비스도 만족할만하다. 우선 그 등장이 무척이나 반가울 인물은 골룸(앤디 서키스)이다. 감독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이 악역 골룸을 등장시킨 데다 꽤나 비중 있게 묘사해낸다. 또한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이끌었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어지니, 이전의 세 편을 충분히 숙지한 관객이라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간달프와 사루만이 전작에서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김리와 레골라스의 아버지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평범하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선행을 실천하는 호빗 빌보가 난장이들과 어울린 여정을 통해 이기적이고 장난스러운 어린애에서 조화와 균형을 배워가는 진정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그 성장담은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물론 시리즈의 한계는 분명하다. <반지의 제왕>이 방대한 원작을 짜임새 있게 압축하면서도 인물의 내면까지 심도 있게 들여다본 영화였다면, <호빗> 시리즈는 짧은 원작의 분량을 늘이는 과정에서 빌보의 모험담의 시작을 알리는 초반부를 지나치게 길게 사용하는 등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 신기술로 극복할 수 없는 배우들의 노쇠 현상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시리즈의 프리퀄임에도 더 나이 들어 버린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간달프, 사루만(크리스토퍼 리),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를 보고 있자면, 60년 전의 이야기라는 점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순간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2014년 연달아 개봉 대기 중인 시리즈의 2편 <호빗 : 스마우그의 황폐>와 3편 <호빗 :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피터 잭슨이라는 이 괴물 같은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교한 프랜차이즈 영화는 다양한 관객의 취향에 맞춰 6개의 버전(2D, 3D, 3D HFR, 3D HFR IMAX, IMAX 3D)으로 개봉되었다. HFR 영상의 신기술은 가히 혁명이라 불릴만 하니, 그 시작을 피터 잭슨의 <호빗 : 뜻밖의 여정>으로 경험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감독에게 거대한 유혹이자 발목을 잡는 덫이다. 무려 30년 동안 <스타워즈>의 성공적인 감독인 동시에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지 루카스와 <쥬라기 공원><인디아나 존스>시리즈를 만들었지만, 늘 새로운 이야기로 승부를 거는 스티븐 스필버그는 뚜렷하고도 명확하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피터 잭슨? 애초에 그는 <고무인간의 최후><데드 얼라이브>를 통해 불쾌한 B급 영화의 감수성으로 시작했다. 9살에 <킹콩>을 보고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던 피터 잭슨은 2005년 꿈의 프로젝트 <킹콩>을 리메이크했던 적이 있다. 이 색다른 리메이크를 통해 피터 잭슨은 킹콩의 절절하고 가슴 아픈 로맨스를 담아내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사이의 <러블리 본즈>는 그의 작품치고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의 취향은 오히려 확연히 드러났었다. 그의 작품 성향을 돌이켜 보자면, 아마도 그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2년은 <호빗> 시리즈로 관객을 매혹시키겠지만, 그 이후 <천상의 피조물>같은 발작적 판타지로 다시 돌아올 그를 기대해 본다.

용어정리

프리퀄(prequel) :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슈퍼맨 리턴즈>는 <슈퍼맨> 시리즈의 프리퀄.
스핀오프(spin-off) : 이전에 발표되었던 드라마, 영화, 책 등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새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장화신은 고양이>는 <슈렉>의 스핀오프
시퀄(sequel) : 본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속편.
리부트(reboot) : 프리퀄임을 거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처럼, 시리즈의 이미지는 차용하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최근의 경향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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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는 증오를, 평화보다는 폭력을! - 도어스(The Do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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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은 때로 광인(狂人)을 자처합니다. 음악 또한 자기세계를 표현하는 예술의 한 분야인 만큼, 이러한 자세는 다른 이들은 몰라도 예술가들에게만큼은 꼭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지요. 여기,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 간 짐 모리슨이라는 광인의 음악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명반은 도어스의 대표작, < The Doors >입니다.


도어스(Doors) < The Doors > (1967)

그들의 노래는 문학적이며 간결하나 무섭다. 그들은 곡 형식에 대한 아무런 부담감이 없이 팝에서 시가(詩歌)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짐 모리슨(싱어)과 로비 크리거(기타), 레이 만자렉(오르간), 존 덴스모어(드럼)의 4인조 그룹 도어스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휘몰아친 히피즘과 반전, 그리고 록 혁명이라는 사회적 영향과 결탁한 독특한 컬러의 사운드로 록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것의 집적된 결과물이 바로 1967년 1월 발표된 그들의 데뷔 앨범이었다. 기존 가치의 총체적 전환을 사랑과 평화라는 모토로 주창한 히피즘의 우산 아래 도어스가 위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접근방식은 좀 달랐다. 그들은 사랑보다는 증오를, 평화보다는 폭력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왜곡된 현실사회에 대항했다. 도어스의 음악이 무서웠다 함은 바로 이 점에서 연유한다.

그들은 히피들의 현실참여 대신 ‘현실탈출’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도어스의 음악이 정치적이었으면서도 그다지 정치적으로 비치지 않았던 것은 이 같은 방식 때문이었다.

“우리 사랑은 화장용 장작더미가 되는 거야. 자 어서 와 내 불을 밝히라구. 이 밤을 불지르는 거야” (「Light my fire」)

현실 탈출을 통해 그들은 일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새 세계’로 향하고자 했다. 짐 모리슨은 당시 “세상에는 그 진상이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것이 도어스”라고 말했다. 도어스라는 그룹 이름이나 음악 모두가 그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 나아가는 문이었고, 그 문을 열면 새로운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를 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리 곡 「Break on through to the other side」에서 ‘the other side’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문제시된 곡 「The end」은 ‘알려진 사실’만이 존재하는, 규율과 억압의 기존 사회질서에 역행한다는 의미에서 현실탈출의 극단을 드러내고 있다. 11분에 걸쳐, 아들이 어머니에게 품는 이성애, 즉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쇼킹한 문제를 다룬 것이었다.

“아버지, 난 당신을 죽이고 싶어. 어머니 난 당신을 밤새 사랑하고 싶어. 그건 가슴 시리도록 당신을 자유롭게 하지.”

패륜아라는 지탄도 있었지만 ‘의식의 흐름이 심안(心眼)에 포착된 제임스 조이스적인 팝’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프로듀서 폴 로스차일드는 이 곡을 녹음하던 때를 회상하면서 ‘록 레코딩의 가장 완벽한 순간 중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그는 “녹음할 당시 짐 모리슨은 마치 샤먼(무당)이 된 듯한 분위기에 휩싸였으며 몰아의 경지로 빠져 들어갔다”고 술회했다.


도어스(왼쪽부터 John Densmore, Robby Krieger, Ray Manzarek, Jim Morrison)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로 이 앨범을 녹음할 때,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촛불을 켰고 향을 피웠다고 한다. 따라서 이 음반은 음향기술에 의한 여과가 거의 없는 순수한 의식(儀式)의 산물 그 자체였다. 그것으로 짐 모리슨은 ‘청각적이면서 또한 시각적인 하나의 강력한 심리 드라마’를 연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짐 모리슨의 의식 거행은 때로 오만하고 광기가 넘쳐흘렀으며 독을 토해내듯 거침이 없었다. 그의 보컬은 차라리 한 마리 짐승에 가까웠다. 「Break on through to the other side」, 「Light my fire」, 「Take it as it comes」 등의 앨범 대표곡들이 그 전형인데, 거기에 나타나는 짐 모리슨의 야수적 외침은 바로 기존 사회에 대한 통렬한 절규다.

하지만 곡을 구성하는 데 있어 자칫 한 가지 틀에 곡조를 가두지 않을 만큼 도어스는 자유로움으로 충만했다. 「The crystal ship」는 웬만한 발라드 뺨칠 만큼 부드러운 선율을 획득하고 있고 「I looked at you」는 마치 미끄럼을 타는 듯 곡 진행이 유연하고 순조롭다.

이와 함께 블루스맨 윌리 딕슨의 작품이며 하울링 울프의 것으로 유명한 「Back door man」으로 도어스는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가 흑인 블루스에 있음을 밝힌다. 「Alabama song」는 서사극을 확립시킨 마르크시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오페라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 베를린 지하운동이 제재(題材)가 된 곡으로, 도어스는 동명의 노래에 그들의 대담성과 이데올로기적 색깔을 깔아t다.

도어스 특히 짐 모리슨이 당시 마약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앨범 전체적으로는 마약음악, 이른바 애시드 록(acid rock)의 느낌이 강하다. 레이 만자렉의 반복적이고 잘 훈련된 오르간 연주는 한층 사이키델릭한 환상을 고조시킨다.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Light my fire」는 당당히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앨범도 밀리언 셀링을 기록했다. 그리하여 히피의 축제로 상징성을 부여받은 기간인 1967년 여름, 이른바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을 수놓은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도어즈와 그들의 최고 걸작인 이 앨범은 젊음의 사회변혁 욕구와 반전이 일궈낸, 사랑의 여름이라는 시대상황의 심장부에 위치한다. 따라서 그 같은 시대성을 간과한 채 이 앨범을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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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로 직접 가구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 - 『젊은 목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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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생소하긴 하지만 대한민국에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나무를 다듬고 만드는 ‘목수’들이 있다. 힘겨운 노동으로만 느껴지는 이 일을 자신만의 꿈을 담아서, 그리고 현실과 접목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젊은 목수들이 있다. 이들은 어쩌다 나무에 끌려서 이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이 책 『젊은 목수들』은 책상, 의자, 캐비닛, 소파 등의 가구를 만드는 소규모 가구 스튜디오 열 곳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 디자인 중심의 가수 스튜디오가 생겨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남들과는 다른, 일반화되지 않은 디자인 가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는 덴마크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 핀율의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찾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디자인 가구 하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선뜻 사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쯤은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젊은 목수’들은 이력도 다양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목재를 다뤘던 건 아니었다. 사실 목재는 다루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힘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작품의 수도 한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가구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인터뷰에서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고객들의 수주를 받아서 제작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고객들의 요구만 무조건 들어주지는 않는단다. 그런 고집과 신념이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주게 되고 그들을 신뢰하는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가구는 유행에 따라, 아니면 실용성에 따라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려지곤 한다. 하지만 목재 가구는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세월이 묻어난다고 할까. 이들이 나무에 더 애착을 갖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무의 재질에 따라서, 가공하는 과정에 따라서, 관리하는 방식에 따라서 같은 목재 가구일지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자신만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기를 찾아온 사람들이 자신만의 식탁을, 자신만의 의자를, 책상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함께 늙어가길 바란다.

이 젊은 목수들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더 멀다고 한다. 시작한지 길게는 6-7년 짧게는 2-3년 정도된 목수로서의 삶은 지금 눈앞의 성공이 아닌 10년, 20년을 바라보고 묵묵히 걸어갈 때 그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지금의 일을 사랑하고, 미래를 고민하고 꿈꾸는 이 젊은 목수들의 삶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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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목수들
편집부 저 | 프로파간다
책상, 의자, 책장, 캐비닛, 소파 따위의 가구를 만드는 소규모 가구 스튜디오 열 곳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디자인 중심의 가구 스튜디오가 생겨나기 시작한 지 몇 년쯤 지나 이들이 대중 매체의 취재 대상으로 떠오르고 새로운 가구 문화에 대한 열망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 지금, 서울과 근교에 산재한 스튜디오를 방문해 그들의 현황과 포부를 성실하게 청취했다. 이를 있는 그대로 책 한 권 분량으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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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뒷면에 여장 남자 사진을 넣은 이유 - 루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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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에서야 일찍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루 리드가 대중과 그나마 가까워진 건 시대의 재발견을 통해서였습니다. 만약 영화 < 트레인스포팅 >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의 곡이 이 영화에 쓰이지 않았더라면 그는 여전히 대중과의 접점을 형성하지 못하는 괴이한 뮤지션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르죠. 아방가르드(전위) 록의 대부와도 같은 그의 대표작, < Transformer >입니다.


루 리드(Lou Reed) < Transformer > (1972)

루 리드는 잊혀진 인물이었다. 90년대에도 쉼 없이 창작의 행군을 계속했지만 극성 마니아를 제외하고 대중들은 루 리드에 대해서 73년 히트된 곡 「Walk on the wild side」의 주인공이란 사실 외에는 알지 못했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밝고 상쾌한 곡을 선호했던 1970년대 청취 기조에서 볼 때 다분히 어둡고 습한 루 리드의 곡이 사랑 받기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그의 곡 「Perfect day」가 영화 < 트레인스포팅 >에 삽입되어 팝 인구에 회자되면서 루 리드란 이름도 동시에 망각의 껍질을 깨고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이 곡은 1997년 엘튼 존, 보노 등 30명의 록스타들이 참여한 새 노래로 재탄생하는 영예를 누렸고 음반의 수익금은 세계의 영세가정 어린이를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그에 앞서 우리영화 < 접속 >에 그가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남긴 곡 「Pale blue eyes」가 깔리면서 크게 히트하자 루 리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변했다. 대도시의 카페에선 루 리드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곡의 신청엽서가 끊이질 않았다. 4반세기 전의 박제품이 오랜 세월 후 마법으로 생체가 되어 비로소 우리 팬의 귀에 접속된 것이었다.

루 리드의 생은 불우시대의 연속이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실험은 마니아나 소장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고 그나마 1970년 그룹이 깨지고 나서는 레코드사의 외면으로 음반조차 내지 못하며 방황을 거듭했다. 은둔할 수밖에 없었다. 1972년 어렵사리 낸 첫 솔로 앨범도 참패로 끝났다. 그러나 당시 글램 록으로 전성기를 달렸던 데이비드 보위는 그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 나타났다. 그의 가상적 창조물인 ‘지기 스타더스트’가 실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인 ‘부패 탐험’의 부산물이라고 할 만큼 루 리드의 열성 팬이었던 데이비드 보위는 1972년에 만난 그에게 의욕을 북돋워 주면서 그의 재기를 도왔다.

루 리드는 보위의 지휘 아래 보위처럼 글램 록의 시각효과를 적극 채용해 물들인 금발, 짙은 메이크업, 검은 손톱 매니큐어 등의 이미지 변조로 솔로 활동에 나섰다. 그 결과가 바로 < Transformer >앨범이었다. 데이비드 보위와 < Jiggy Stardust… > 앨범의 명콤비 믹 론슨이 공동 프로듀스했다.

사운드는 당연히 데이비드와 믹이 창조한 ‘헤비 메탈 성의 기타 록’이 주조를 이뤘다. 실제로 글램 록은 ‘보여주는 록’으로서, 다시 말해 자세의 혁신으로서의 의미가 강조된 것이었지, 사운드의 혁신까지는 아니었다. 앨범의 첫 곡 「Vicious」이 대표적으로 글램의 사운드 일반을 취한 곡이었다. 「Vicious」라는 제목의 곡을 써보라는 앤디 워홀의 권유에 따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드문드문 삽입된 자극적 기타 애드립이 특히 글램과 유사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벨벳의 교사이자 매니저였던 앤디 워홀과의 관련성은 「Andy's chest」에도 나타난다.

글램의 또 하나 요소인 동성애 부분은 ‘우린 은밀한 곳에서 동성애를 표현하고 길거리에서도 드러내지…’하는 가사의 「Make up」에 표현되고 있다. 앨범 뒷면에 당시 유명한 뉴욕의 여장 남자 사진을 집어넣은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그렇다고 글램과의 친목에 의해 그의 특성이 침전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의 음악적 배경인 R&B나 두왑(doowop)이 곳곳에-이를테면 「Walk on the wild side」에서 ‘두디두 두디두’하는 부분-깔려 있고, 베이스 연주가 초보라도 쉽게 포착되는 재즈의 맛도 퍼져 있다. 이외에도 동요 같은 「New York telephone conversation」 등 그만의 개성적 스타일이 무차별로 등장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어떤 형식을 내 음악에서 찾고자 한다면, 내 곡에는 그런 것이 있다!”

빈 공간에 독특한 연주와 코러스 편곡을 응용한 「Satellite of love」와 잔잔한 피아노반주에 힘을 빼고 읊조리듯 부르는 「Perfect day」 그리고 전미 싱글 차트 16위까지 오른 「Walk on the wild side」는 바로 그러한 개성과 파격이 배태한 걸작들이었다. 이런 발라드는 누구로부터도 종묘하지 않은 그 자신이 ‘발명’해 구축한 유니크함이 투영되어 있다. 이렇듯 듣기 좋은 선율의 곡이 많다는 것, 다시 말하면 벨벳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수놓은 ‘노이즈’ 또는 전위적 실험의 폭이 좁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도 「Vicious」나 「I'm so free」로 약간은 만회할 수 있다.

루 리드의 특장(特長)인 ‘거침’ ‘어두움’ ‘대항성’은 그대로 세기말의 록, 1990년대의 모던 록에 그대로 이수되었다. 1980년대 이래의 뉴욕 언더그라운드 그룹들은 루 리드에게서 ‘노이즈’ 뮤직을, 언더그라운드와 인디의 어두움을, 그리고 모든 주류에 덤벼드는 대안의지를 습득했다. 루 리드는 개성과 자유란 피켓 아래 닥치는 대로 ‘주류에서 펄펄 나는’ 음악에 비수를 찌르고 살해했다. 하지만 그가 있어서 서구 록은 ‘쏠리지 않고 흩어져’ 유니트가 서로 긴장하고 갈등하면서 위대한 ‘버라이어티’를 포획했다.

그와 함께 전위, 비주류, 반주류, 언더그라운드 구체적으로 포스트 펑크, 노 웨이브, 슈 게이징, 노이즈 음악의 숨결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는 킬링으로 사랑 받은 이상하고도 고귀한 ‘록의 자객’이었다. 그리고 조용한 기조의 이 앨범을 낼 때 그 록의 자객은 잠시 킬링을 위해 칼을 갈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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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수백 장 냈지만 면접도 못봐” - 『희망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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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고용이란 정말 먼 옛날의 꼬꼬마 텔레토비 동산에서나 나오는 단어로 들린지 오래. 서울역 앞의 노숙자들이 멀지 않은 과거, 그것도 십여년 전에는 어엿한 은행원, 회사원이었다는 것이 신문에서 르포 기사로 밝혀지는 것이 이제는 그리 새롭지 않은 대한민국. 하우스 푸어가 유행어가 되고,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희망의 배신』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탐사형 작가인 바바라 에런라이크
는 이 책을 쓰기 전 3년에 걸쳐 자신이 직접 웨이트리스, 청소부, 월마트 직원 등으로 우리 식으로 말하면 ‘위장취업’을 해 경험한 것을 낱낱이 고발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니고 가난하기 때문에 출발선이 한참 뒤로 쳐져있고, 사는데 돈도 더 드는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책이 2003년 출간된 『노동의 배신』이었다. 이후 그녀는 눈을 중산층, 화이트 칼라로 돌렸다. 그녀의 문제의식은 ‘사무직 근로자는 안전한가?’였다. 한국이 90년대 말 IMF를 경험하면서 시작된 상시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미국에서도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로 넘어오면서 일상화되었고, 취재를 시작한 2003년에는 이미 중산층의 대열에서 탈락한 이들의 수가 미국 실업률의 20%에 달하는 수준에 도달해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도 『노동의 배신』때와 마찬가지로 위장취업을 해보기로 하고 그 과정을 책으로 쓸 결심을 했다. 9개월간 생존을 위한 돈을 마련한 후 처녀적 성으로 ’홍보 담당 간부‘로 취업을 하기로 했다. 이 책은 2003년부터 약 10개월간 그녀가 했던 처절한 구직체험의 결과물이다.


1941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태어났다. 록펠러 대학에서 세포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도시 빈민의 건강권을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나섰다.
2001년, 저임 노동자의 생활을 잠입 취재해 『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을 썼고
이 책이 미국 내에서 15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생활 임금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대단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력서 수 백 장을 냈지만 면접도 하지 못해“, ”관리직 회사원은 퇴사 후에 할 수 있는 것은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빵집뿐“ 과 같은 기사속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래도 나을 줄 알았는데, 미국식 사회구조는 훨씬 공정하고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세상인 줄 알았는데, 유일하게 공정한 면은 승자독식의 약육강식의 정글이라는 현실을 지나칠 정도로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만큼 쉽게 취직이 되지 않자 불안이 엄습하게 되고, 저자는 그 불안 때문에 취업시장의 주변부를 떠돌기 시작한다.

먼저 구직활동을 도와주는 코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즈의 마법사를 비유로 정신을 상징하는 허수아비, 감정의 양철나무꾼, 본능의 사자를 그리고 영성과 비즈니스 코너를 운영하면서 애니어그램을 해석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고 60달러를 지불한 저자는 애니어그램에서 지시하는 내용들이 매우 모호하고 개념적으로 구체적이지 못한 면이 있음을 전문가적 관점에서 간파했다. 일종의 꿈보다 해몽류의 해석으로 초심자들을 유혹한다는 심증을 받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그녀는 이력서에서 빈 공간을 메우고 자신의 강점을 상당히 과장되게 쓰는 이력서 업그레이드를 하였다. 처음에는 양심에 거리끼는 면도 있었지만 점차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상당수의 직장이 애니어그램이나 MBTI와 같은 인성검사를 하는 것을 즐겨하는데, 사실 그것이 회사와 사람이 서로 궁합이 맞는지 확인한다는 합리적 가정을 만족시키지만 사실은 ‘기업이 선의를 갖고 직원의 고유 성격을 너그럽게 인정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추어’일 가능성이 더 많기에, 실제 의미는 입사거절이나 해고를 합리화하기위해 사용하는 합법적 방편이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었다.

이어 저자는 비슷한 일을 하는 구직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소중하다는 정보를 갖고 먼 거리까지 이동해서 다양한 네트워크 미팅에 참여했다. 그러나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녀가 만났던 네트워크 미팅을 주최한 사람이나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사실 ‘구직활동’중이고, 어떻게 보면 이런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자기가 뭘 했었고, 지금은 어떤 일을 찾고 있다고 말을 하는 과정이 일종의 직업화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저자는 발견한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하고 있고 싶고, 그중 제일 좋은 것이 바로 구직활동과 네트워크 만들기였던 것이다. 뭔가에 전념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다소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후 다양한 종류의 코칭, 네트워크 미팅에 참여해서 강의를 듣고, 리더들의 말을 듣는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요새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린 ‘자기계발서’나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경제경영서적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다.

당신 인생의 모든 상황과 조건을 만들어 낸 것은 ‘오직 당신’이라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지금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오직 당신’이 그런 모습을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즉, 사회구조의 문제보다 결국 오롯이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자신이 강해지고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코칭이나 리더쉽 훈련과 같은 재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6개월 만에 진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을 한 보험회사로부터 받는다. 기쁜 마음에 면접을 하러 가보니, 관리직이 되기 위해서는 6개월 안에 5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6명의 신규고객 유치, 영업사원을 1명이상 채용하고 나야 수습코디네이터가 되고, 이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과를 내면 상위직급이 될 수 있었다. 거기에 가기위해서는 자기 돈을 들여서 보험중개사 자격증을 따야했다. 또한 독립계약자로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고 사무실 없이 재택근무를 하는 조건이었던 것이다. 역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무가지 하단의 구인난에 “50대 간부직 함께 일하실 분, 쉽게 월 5백만 원 가능, 하루 세 시간 근무”라고 써있고 휴대전화번호만 달랑 써있는 메모를 쉽게 볼 수 있다. 막상 전화를 해보면 다단계 회사이거나 이와 유사한 구조의 사업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년의 여성이 모호한 경력을 갖고 있는 경우 그들을 환영하는 곳은 오직 복지체계도 없고 사무실도 없는 자기 돈을 써가면서 벌어야하는 보험회사뿐이었다.

회사가 요구하는 인간형에 대해서도 저자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회사는 구성원에게 ‘팀 플레이어’가 되라고 한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팀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춘 사람은 경쟁에서 도태되기 쉽다. 그리고 쾌활, 낙천, 순응을 요구하는데 이는 주인보다는 하인,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어울리는데, 문제는 그런 사람이 감원 1순위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가 원하는 좋은 성격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가 감원을 하면 순진하게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이 되라는 뜻이라고 비판한다.

거기다 더 나아가 최근 회사들은 덧붙여 ‘열정’을 가지라고 하지만 한바탕 해고 바람이 지난 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열정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직업이 배우인 사람이거나, 자기감정을 상실한 사람일 뿐이라고 통렬히 지적하였다.

이렇듯이 저자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화이트 칼라들이 일을 하는 조직에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오직 충성서약만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제공하는 이데올로기는 개인주의적이고 개인의 능력에 집중을 하라고 하기 때문에 능력주의로만 세상을 보며 살아남은 자들이 능력자가 되고, 언제 자기가 대상이 될지 모를 감원대상자는 실패자로 보도록 세뇌를 시키고 있다. 그런 면들을 통해 저자는 무엇보다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 실업수당의 충분한 혜택, 전국민의료보험 등을 당당히 요구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규칙을 지키고 만사를 올바르게 살아온 화이트 칼라들이 왜 몰락을 해야 하는가,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눈앞에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담담히 적어냈다.

『희망의 배신』을 보면서 반복해서 보이는 기시감이 참 불편했다. 또 우리 사회에 유행인 코칭, 리더쉽 트레이닝, 자기계발서등이 역설하는 내용들의 이면에 있는 것들이 중산층에서 떨궈지지 않으려는 불안과 공포를 세련되게 자극하면서 결국 모든 것은 ‘내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또 다른 질감의 공포였다. 이제 우리가 쥐어야할 다음 동아줄은 무엇일까?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연대와 동맹의 용기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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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저/전미영 역 | 부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3권이자 완결편. 이번에는 화이트칼라 구직 현장에 뛰어들어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마저 배신당하고 일자리 불안과 과다 노동에 지쳐 가는 신자유주의 시대 중산층의 암울한 현실을 고발한다. 기업 안에 있을 때는 노예로, 기업에서 밀려나고 나면 빈곤에 대한 공포를 안고 워킹 푸어로 전락하는 화이트칼라.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마저 무너져 가는 것이 오늘날 중산층의 아픈 현실을 저자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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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사고 극복한 서른 살의 세계적인 여배우 - , 앤 해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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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판틴이라는 캐릭터의 출연분량은 단순히 물리적인 길이로만 보자면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의 인지도나 그 강렬함에 있어서는 다른 주연배우에 못지않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I dreamed a dream’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판틴이라는 캐릭터는 절정으로 치닫는데, 배우의 역량에 따라 절망에 몸부림치는 판틴의 내면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될지 아닌지의 성패가 갈린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는 앤 해서웨이가 판틴 역할을 맡았는데, 가수로서의 풍부한 성량과 표현력, 배우로서의 그 내밀한 연기력으로 보자면 가히 성공적인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앤 해서웨이는 판틴이라는 절망에 빠진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11kg 감량에 성공했고 판틴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 휴 잭맨과 러셀 크로에 밀리지 않는 기량과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원 데이>

앞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앤 해서웨이는 아름다운 여성이자, 성장하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이미 미셀 파이퍼와 할리 베리라는 세기의 여배우들이 거쳐 간 캣 우먼은 앤 해서웨이를 만나는 순간, 그 당당하고 도도한 매력에 휩싸여 과거의 배우들의 아우라는 앤 해서웨이의 매력에 압도된다. 그리고 상큼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멜로 영화 <원 데이>까지, 올해 서른이 된 앤 해서웨이는 발랄하고 예뻐 빛나던 20대를 지나, 매력적인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만개한 아름다운 30대를 맞이하고 있다.


배우의 증명

앤 해서웨이에게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일종의 전환점이며 동시에 배우로서 이루고 싶었던 꿈과 맞닿아있는 소중한 작품이다. 앤 해서웨이가 어렸을 때, 그녀의 엄마는 뮤지컬 배우로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할을 연기했으며 앤 해서웨이는 엄마가 출연하는 극장에서 엄마를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레미제라블>에서 어린 코제트 역할을 맡아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어린 시절부터 극단에서 연기생활을 시작해 온 앤 해서웨이를 주목받는 젊은 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은 2001년 개리 마샬 감독의 <프린세스 다이어리>였다. 1990년 <귀여운 여인>을 21세기 틴 무비로 변화시킨 이 영화는 솜털처럼 가볍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또 다른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당시 19살의 앤 해서웨이는 큰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은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와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햅번에 버금가는 우아하면서도 귀여운 소녀의 매력을 발산한다. 2002년 <니콜라스 니클비>라는 다소 어수선한 작품의 조연을 거쳐, 2004년 그녀가 다시 선택한 작품은 <프린세스 다이어리 2>였다. 백조가 된 미운 오리새끼의 후일담을 더듬어가는 이 영화는 전편보다 지나치게 건전하며, 훨씬 더 시대착오적인 판타지를 선보인다. 지루해진 속편의 뻔한 이야기에도 앤 해서웨이의 매력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만 배우로서의 앤 해서웨이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은 속편이었다. 이어 성인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으로 선택한 2005년 영화 <대혼란>을 통해 그녀는 마약의 세계에 빠져든 철없는 십대가 되어 누드연기로 불사했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아쉽게도 형편없었다.


<브로크백 마운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변화는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2005년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제이크 질렌할과 히스 레저에게 초점이 맞춰진 영화였다. 앤 해서웨이는 철없는 부잣집 딸이자 잭 트위스트의 아내 루린 트위스트라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뇌리에 각인될 만큼 인상적인 장면도 비중도 크지 않은 배역이었지만, 앤 해서웨이는 고집스럽게 제멋대로인 루린이라는 인물을 성심껏 그려내면서 균형감을 찾고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2006년 칙릿 소설의 결정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동명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배우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미 캐스팅이 완료된 메릴 스트립이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서야 자신의 파트너로 앤 해서웨이를 인정했다고 하니, <브로크백 마운틴>이야말로 앤 해서웨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데이비드 프랑켈 감독이 다소 산만한 원작소설의 가지를 치고,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1세기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적이면서도 통속적인 변형이었지만, 당당하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앤 해서웨이 역시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비커밍 제인>


<레이첼 결혼하다>

앤 해서웨이는 2007년 제인 오스틴의 전기 영화 <비커밍 제인>과 2008년 코미디 영화 <겟 스마트>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그리고 2009년 조나단 드미 감독의 <레이첼 결혼하다>를 통해 그녀는 탈색한 짧은 머리에 줄담배를 피워대며 가족과 트러블을 일으키는 문제아 킴으로 완벽하게 변신하였다. 그 동안 아름다운 외모에 가려져 평가받지 못했던, 그녀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시점이었다. 아카데미를 놓치긴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전미비평가협회, 국제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러브 앤 드럭스>

2009년 케이트 허드슨과 투 탑의 매력을 선보인 <신부들의 전쟁>이라는 범작을 거쳐, 2010년에는 개리 마샬의 앙상블 영화 <발렌타인 데이>와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제이크 질렌할과 함께 한 <러브 앤 드럭스>를 통해서 로맨틱 영화의 히로인이 되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히스 레저에게 남편 제이크 질렌할을 빼앗겼던 한풀이라도 하듯, 이 영화 속에서 제이크 질렌할과 앤 해서웨이는 젊고 예쁜 매력을 발산하며 반짝거린다.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배우들의 매력만으로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평범 이상의 수준까지 도달한 앤 해서웨이는 극단적 조울증을 오가는 복잡한 캐릭터의 매력을 순도 120퍼센트까지 끌어올린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2012년 앤 해서웨이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캣우먼, <원 데이>의 주관 뚜렷한 작가 지망생, 그리고 <레미제라블>의 판틴까지 30세의 젊은 여배우에게 주문할 수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름다움, 풋풋한 아름다움, 그리고 원숙한 아름다움을 모두 완벽하게 품어내면서 아름다우면서도 연기 잘 하는 세계적인 여배우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재능 있는 여배우가 30의 나이에 그 연기력까지 인정받는다는 사실은 팬으로서 무척 설레는 일이다.

얼마 전 파파라치 사진을 통해 앤 해서웨이가 화제의 중심이 된 적이 있었다. 여배우의 치마 속사정까지 들여다 본 카메라를 통해 앤 해서웨이는 충격적인 노출사진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녀는 칩거하지 않고 당당히 나와 유감을 표명하고 노출에 대해서는 사과한 바 있다. 그녀가 사과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를 통해 사건은 점점 일단락되고 잠잠해지는 분위기이다. 제발 파파라치의 카메라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여배우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그녀의 차기작은 2014년 개봉 예정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SF 스릴러 <로보포칼립스>라고 하니, 이 상승세를 멈출 방법은 없어 보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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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촌’에서 나눔 실천하는 ‘약사 이모’ - 『미아리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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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무와 놀러 갔다가 길을 잃어 우연히 들어선 골목에는 곱고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화장으로 한껏 꾸민 예쁜 여인들이 길가에 난 전면 유리창을 향해 앉아 있었다. 표정 없는 얼굴에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색적인 골목 풍경에 이게 마네킹인가 진짜 사람인가 어린 마음에 한참을 갸우뚱거리며 걷다가 서두르는 친구를 따라 나왔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서야 그 골목이 속칭 ‘텍사스’라 불리는 미아리 성 매매 집장촌이란 걸 알았었다. 조금 커서는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육점에서 쓸 법한 붉은 등의 이미지로 기억되었던 이 거리는 남자들은 괜한 오해를 받을 까봐, 여자들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워서 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거리이다.

이미선 저자는 이 집장촌 한복판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들어서기 꺼리는 이 거리를 저자는 ‘어린 시절 팔랑거리며 뛰어다니던 골목은 이제 성매매업소들이 늘어선 어두컴컴한 골목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제겐 햇살 가득한 고향입니다’라고 밝힌다. 또한 ‘지금은 삭막한 콘크리트와 내부순환로의 두꺼운 교각으로 덮여 한 줌의 햇볕조차 들지 않는 죽어버린 정릉천이지만, 고운 물빛과 개구쟁이 웃음소리로 환히 빛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저는 기억합니다.’라고 회상한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은 고향도 먹고 살기 위해 떠나는 판국에 이미선 약사는 굳이 이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삼십대 중반의 가장이 되어 아들아이와 함께 돌아간다. 1994년부터 16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보고 듣고 겪은 그 골목 사람들의 아프고도 따듯한 삶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국민일보에도 연재되었던 칼럼을 기반으로, 연재 이후의 이야기까지 총 38통의 사연이 담겨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피임이 뭔지도 모르는 채 이 골목으로 들어서게 된 스무 살 아가씨. 전직 권투 선수지만 힘겨운 현실에 술만 먹으면 싸움을 하곤 하는 아저씨. 이혼 후 젖먹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가 화재로 생을 마감한 여인의 이야기 등 38통의 사연은 참으로 눈물 겹다. 저자는 이들의 사연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다. 이 골목에는 몸 파는 여인들만 사는 게 아니라 주방 일을 하시는 이모도 있고, 폐지를 주우면서 한글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할머니도, 십대의 밝음이 환한 아이들도 있다고 전하면서 별난 거리가 아닌 사람 사는 거리, 우리가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이웃이 사는 거리임을 일깨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거칠고 험한 삶들이 모여있는 집장촌만의 별난 사연을 담고 있어서도 아니고, 가슴 아픈 아가씨들의 사연이 뭉클해서도 아니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큰 사랑을 전하려는 전도가 대단해서도 아니다. 자기가 배운 걸 토대로 고향에 돌아가 실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미연 약사의 아름다운 모습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서이다.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탄식이나 단순히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말뿐인 공약을 내세우거나, 거창하게 봉사를 하니,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그런 생색내기가 아닌, 그 거리에서 함께 살고 아무도 듣지 않는 그들의 사연을 듣고, 따듯한 시선으로 보듬어주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참 지식인의 모습을 보아서이다. 푸근하고 넉넉한 미소의 약사이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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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서신이미선 저/신원선 그림 | 이마고데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삶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왜 저자를 이곳으로 보내셨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파도 소리 내어 아파할 수조차 없는 소외된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가슴으로 써내려간 이 글들은 오늘 우리 모두에게 띄우는 위로와 격려의 편지이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국민일보에 같은 이름으로 연재된 칼럼 글을 다듬고 이후의 소식들을 새로이 담아 엮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지상 최고의 기타ㆍ드럼ㆍ베이스 3인조 - 크림(The C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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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에릭 클랩튼이라는 기타리스트의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이유는 ‘기타의 신’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는 뛰어난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가 1960년대에 몸담고 있던 3인조 밴드가 지금 소개하는 크림입니다. 헤비메탈에 단초를 제공한 1968년도의 명반, < Wheels Of Fire >입니다.


크림(Cream) < Wheels Of Fire > (1968)

사이키델릭 록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록이 정치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던 것과 달리, 영국의 그룹들은 록의 음악성을 향한 끝없는 탐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틀스가 세워놓은 예술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블루스를 혼합시켜 나갔고 그 속에서 ‘악기예술의 진수’를 캐내는 데 열중했다.


크림(왼쪽부터 진저 베이커, 잭 브루스, 에릭 클랩튼) [출처: 위키피디아]

크림(Cream)은 그 가운데 최강의 전력을 갖춘 팀이었다.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 ‘드럼의 마왕’ 진저 베이커, ‘베이스의 귀재’ 잭 브루스는 1967년 악기연주에 관한 한 자신들이 지상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 그룹을 결성했다.

그들은 유명그룹 출신의 명연주자 집단이라는 록사상 최초의 ‘슈퍼그룹’답게 스튜디오가 아닌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빠르고 즉흥적인 연주 실력을 뽐냈다. 다른 밴드들이 비틀스 모방에 광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정교하고도 파워넘친 현장(現場)의 록을 추구해간 것이었다. 일반그룹과는 다른 이러한 것들로 인해 크림은 곧바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록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블루스 록에 재즈를 도입한 진보적인 록을 선보이면서 한편으로는 ‘헤비메탈 최초의 원형’을 제시했다. 1967년 이후 영국에는 비틀스 추종자들 못지않게 크림을 모방하려는 수많은 무리들이 생겨났다.

< Wheels Of Fire >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으로 전작 < Disraeli Gears >와 함께 레드 제플린을 위시한 무수한 그룹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해준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무대’에 상응하는 음악을 들려주진 못했다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고감도 연주의 충격을 이 음반은 전달하고 있다.

더블인 이 앨범의 한 장은 스튜디오 녹음이었고, 다른 한 장은 샌프란시스코 필모어 공연장의 실황을 담았다. 전자는 우수한 팝 넘버를 끼워 넣어 상업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White room」은 블루스, 록, 그리고 팝이 절충된 완벽한 예였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차트 톱10에 랭크되는 히트를 기록했다. 「Those were the day」(메리 홉킨 곡이 아님)와 「Born under a bad sign」도 팝적인 색채가 엿보이고 있다.

록의 곡 만들기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과시하려는 듯 「Pressed rat and warthog」은 시대의 추세를 의식한 듯 사이키델릭 록이었고 「As you said」는 무드 있는 테크노 록이었다. 연주의 도사들답지 않게 전자 풍의 사운드를 구사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을 평가 절하하는 팝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헤비메탈로서 보다 순수한 < Disraeli Gears >에 찬사를 돌리기도 한다.

다른 한 장은 「Cross roads」, 「Spoonful」, 「Train time」, 「Toad」 등 총 4곡의 실황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 연주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언제나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에릭 클랩튼이지만 여기서 그는 베토벤이 표현한 것처럼 기타야말로 ‘미니 오케스트라’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Toad」의 경우는 진저 베이커의 드럼이 돋보이는 곡으로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빠르고 절묘한 즉흥적 스틱 플레이를 펼쳐 보이고 있다. 베이스가 ‘도사’의 손에 들어가면 어떤 연주가 전개되는가, 그것이 이 라이브 레코드에서 잭 브루스가 맡은 몫이었다.

크림의 음악에 싱어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악기지상주의가 가져온 자신감 때문이거나, ‘믹 재거처럼 뛰어다니고, 짐 모리슨처럼 보이고, 로드 스튜어트처럼 소리 내는’ 천재가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크림과 이 앨범의 또 다른 한계일지도 모른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원조 국민첫사랑, 국민배우로 거듭나기: 의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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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갸웃했다. 손예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그녀가 선택한 장르에 대한 낯섦 때문이었다. 솔직히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히로인으로서의 손예진이 화면 속에서 뛰고, 구르고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설경구, 김상경, 김인권, 안성기, 차인표까지 이어지는 믿을만한 캐스팅 사이에 선 손예진이라면 뭔가 그녀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를 통해 블록버스터를 관통하는 믿을만한 이야기 틀을 만들어주겠구나 하는 믿음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김지훈 감독의 이력은 <타워>를 기대하게 만들 만했다. 물론 광주라는 역사적 아픔을 상업적 영화의 틀 안에서 바라보았던 <화려한 휴가>이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보이기 위해 야심차게 기획된 <7광구>는 기대보다는 김빠진 괴수영화였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와는 대응할 수 없는 자본과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많은 인물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잔 에피소드와 웃음으로 공간을 메워온 것과 달리 <7광구>는 밀폐된 공간 속 괴수영화의 장르를 따르지도, 빈 곳을 조연들의 연기로 채워주지도 못한 조금은 어정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제작과 실패를 겪은 감독이라면 분명 새로운 대안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형을 만들어 주리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타워>는 가족과 사랑의 가치를 이면에 숨겨놓은 할리우드의 크리스마스용 블록버스터의 틀을 고스란히 가져온다. 그래서 배경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주인공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일하는 대호(김상경)와 윤희(손예진)는 첫 번째 입주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도 크리스마스를 즐길 처지가 아니다.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 늘 발생하는 화재 사고 때문에 영기는 결혼 후 아내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내본 적이 없다. 이런 캐릭터들의 현실을 안고 김지훈 감독은 108층 초고층 빌딩의 대형 화재 참사를 소재로 밀어 붙인다. 탈출구 없는 미궁 속 참사 속에서 배우들은 정확히 자신의 자리에서 소리치고, 싸워준다. 그런 사람과 불 사이의 아비규환은 한층 발전한 특수효과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하지만, 뛰어난 배우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타워>속 인물의 관계망은 촘촘하지 못한 편이다. 게다가 <해운대>와 <퀵>이 블록버스터의 한계와 지루함 사이를 효과적인 조연들의 배치로 메워놓은 효과를 노리고 <타워>에도 두 영화에서 맹활약하며 늘 기름진 연기를 선보이는 김인권이 등장하지만, 이 또한 다소 역부족이다. 다시 손예진으로 돌아가서 <타워>가 손예진이라는 배우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화인가 되짚어 보자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가 된다. <타워>속 윤희는 굳이 손예진이 아니어도 되는 평이하고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국민첫사랑 벗어나기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국민첫사랑이라는 칭호로 사랑받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원조 국민첫사랑의 타이틀은 손예진의 몫이었다. 드라마 <맛있는 청혼>의 청순한 캐릭터로 출발해, 2002년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과 이은주, 차태현과 함께 한 <연애소설>, 2003년 성공적인 로맨틱 코미디 <첫사랑사수궐기대회>와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여름향기>까지 손예진은 늘 누군가의 첫사랑 혹은 짝사랑의 아련하고도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손예진이라는 배우는 2000년 <인터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심은하라는 배우와 오버랩 되며 멜로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2004년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젊은 치매에 걸린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가슴 절절한 멜로였고, 손예진은 이 영화로 인기와 캐릭터의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정점에 올랐다는 말의 또 다른 이면에 내리막길이 있다는 사실을 손예진이라는 배우는 명민하게도 알고 있었다.


<작업의 정석>


<연애시대>

2005년 멜로 장르 속에 불륜이라는 파격을 녹여낸 허진호 감독의 <외출>을 통해서 손예진은 불안하고 불행한 욕망을 다스리는 복잡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같은 해 <작업의 정석>을 통해 내숭 100단의 여우 캐릭터를 선보인다. 스크루볼 코미디의 전형적인 작품이지만, 그동안 청순한 외모에 눈물 흘리는 연약한 캐릭터로 각인된 손예진의 변신은 남성 팬들에게는 충격을, 그녀의 청순한 매력이 100프로 내숭이라고 믿어온 여성 관객들에게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손예진이라는 배우에게 ‘코믹’한 이미지까지 더해준다. 그리고 손예진은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를 통해 멜로 속 캐릭터의 진화를 보여준다. 한지승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손예진은 박제처럼 갇혀있던 좁은 캐릭터에서 벗어나 ‘삶’이 느껴지는 세련된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백야행>


<개인의 취향>

<연애시대>의 후광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2007년 김명민과 함께 한 <무방비도시>속 소매치기는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캐릭터와 연기 스펙트럼 범위 내에서 너무 많이 간 작품이었다. 2008년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열혈기자 역할을 맡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해 <아내가 결혼했다>는 손예진이라는 배우에게 크게 기댄 작품이었고, 두 명의 남편을 두려는 도발적인 캐릭터는 손예진을 만나 그 수위가 중화되면서도 더 자극적일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2009년 박신우 감독의 <백야행>을 통해 손예진은 19금 성인역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2010년 <개인의 취향>을 통해 고향과도 같은 드라마로 복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지만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큰 이슈가 되거나 극찬을 받게 되는 일은 없었다. 2011년 <오싹한 연애>는 공포영화의 장르 속에 코믹, 멜로를 녹여놓은 새로운 작품이었지만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모습이 완전히 새롭진 않았다.


<공범>

살펴보면 <연애시대>이후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없었지만, 손예진은 명민하게도 그 연기의 영역을 넓히고 변주하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성적, 연출력의 성공을 논하기에 앞서 그런 손예진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숙성되고 있었고, <타워>라는 다소 달뜬 작품에서도 손예진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배우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손예진은 <공범>이라는 영화의 촬영을 마쳤다. 국동석 감독의 데뷔작 <공범>은 잘 알려진 내용은 없지만, 사랑하는 아버지가 유괴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진 딸의 추적극이며, 그 속에서 손예진은 힘든 감정을 표출하는 역할을 선보인다. 배우가 자신의 주특기인 멜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벗어나 블록버스터에 이어 감정선이 강한 영화를 선보이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지 않은가. 우리가 삼십대 여배우에게 기대하는 건 ‘성숙’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30대의 손예진은 이제 국민첫사랑이 아니라 국민여배우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배우가 될지 모른다.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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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Tower, 2012)
김지훈
설경구 | 손예진 | 김상경 | 김인권 |
       도지한 | 김성오 | 박철민 | 안성기 |
       차인표 | 이한위 | 송재호
블록버스터
12세이상관람가
2012.12.25
영화정보리뷰50자평관련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013년을 빛낼 스타들… 데이브레이크, 소란, 신지호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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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데이브레이크와 인터뷰를 한 건 지난 해 5월, 한창 공중파 방송 TOP 밴드의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에서 승승장구하던 시기였다. 기자는 내심 데이브레이크가 결승까지는 갈 줄 알았는데, 16강 탈락이라는, 생각보다 이른 도중하차는 여전 아쉽다. 전략상의 미스 정도로 치부할 밖에.

하지만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기자의 첫 질문에 대한 답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중은 여전히 궁금하다. 데이브레이크는 왜 공중파로 나갔을까?”

선일(베이스) : 멤버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예전이었으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을 텐데 공중파 프로그램이지만 저희가 하는 것만큼 매주 저희 음악을 소개할 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데이브레이크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게 좋았죠. 그런데 같은 음악을 하는 선배 뮤지션에게 심사를 받는다는 건 두려웠어요. 하지만 ‘용기를 내보자, 경연이라는 이름을 빌린 우리만의 축제로 만들자’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죠.”

유종(기타) : 주변에서 ‘형네 어머니 친구 중에 형 아는 사람 누구 있냐?’ 이런 물음도 자극이었고요.

인디신(Indie Scene)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데이브레이크이지만, 큰 무대로 가면 누구인지 아직 모르는 수준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들의 ‘쌈박한’ 계획은 적중해 보인다. 자주 있던 일이지만 이미 지난해에도 단독 콘서트 티켓을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승승장구 중.

최근에는 대선배 윤상과 콜라보레이션한 음원도 발표됐다. 윤상의 대표곡 '한걸음 더'를 함께 불러 '뮤직 트라이앵글 스페셜 싱글 파트1'으로 발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까지. 2013년 출발부터 상큼한 기사로 장식한 데이브레이크, 올해 연말엔 꼭 체조경기장 좌석을 매진시키며 10cm의 아성을 가뿐히 누를 수 있길.





그들은 과연 받고 싶다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을까? 못 받았다면 기자가 한아름 선물 들고 가고플 만큼 유쾌한 네 남자. 소란의 콘서트 ‘대세 2012’는 티켓 오픈 3분 만에 매진을 기록해 기자 역시 관람을 포기했더랬다.

영배 : 지난번엔 사실 2분 몇 십초 만에 매진이었죠. 저도 계속 매진을 소식으로만 접하다가 이번엔 친척한테 표를 사주려고 인터넷을 들어가 봤는데 새로 고침 세 번 딱 했을 뿐인데 다 매진됐더라고요.

데이브레이크와 소란과 10cm가 이루는 트라이앵글은 늘 팽팽하다. 그 팽팽함을 유지하는 건 타고난 그들의 입담?

“온통 정류장마다, 노는 벽마다 붙어있는 10cm의 공연 포스터, 2월에 있을 공연을 벌써 홍보하는 중이었다. 것도 공연장은 무려 10,000석 규모! 혹 배 아프지 않은가?”

영배 : 10cm가 겁도 없이 본인의 위치에 맞지 않는 공연장을 선택한 거고, 벌써부터 포스터가 붙어있다고 하는 건 그들의 급박한 상황을 대변하는 거죠. 조바심이 났다는 거고요. 저흰 자신 있으니까, 다 팔았으니까 불필요한 공해를 유발할 필요는 없는 거죠.

이제는 오소독스(Orthodox)한 그들의 관계, 올해 페스티벌에서 판가름 나지 않을까? 날 풀리면 본격적으로 판이 펼쳐질 페스티벌의 위력은 해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올핸 해마다 열렸던 페스티벌도 발 디딜 곳이 있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한 흥행이 예고되는 페스티벌에서 소란의 대활약 기대해본다.





이미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연기 내공을 쌓아뒀고, CF에도 등장하는가 싶더니 연극 ‘국화꽃향기’ 음악감독에 이어 독립영화 '나쁜 피'에서 음악감독으로 나섰던 신지호. 기자는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대놓고 투정을 부렸더랬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오는 주걸륜처럼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음악감독을 하고 아티스트로 출연하는 게 인생목표라고 당당히 말하는 신지호, 그의 나이 스물여섯. 실패도, 성공도 아직 기회가 많은 나이다.아아~확실히 신은 불공평하셔라.”

한 살 더해봤자 스물일곱, 좋은 나이다.
올해 이루고 싶은 그의 소망은 혹시 이것?

“부모님한테도 잘하고 털털해서 팬이 됐는데요. 아티스트로서 제가 아이비 씨한테 맞는 발라드 곡을 써드리고 싶어요. 뭐 아직까진 혼자만의 바람이죠.”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저 오늘 모델 뺨치는 머리스타일 하고 왔어요.” 그만큼 스타일이 ‘살아있다.’

“구분 짓는 장르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싫어요. 틀이 없는 게 좋아요. 도전적인 아방가르드, 신지호적인 장르인 거죠. 어디서 들어도 ‘신지호 스타일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2013년, 아방가르드한 신지호만의 스타일을 어디에서 불쑥 만날지 놀랄 준비를 미리 해야겠다.




타이틀이 좀 극렬했나? 사실 기자가 배우 윤형렬을 알게 된 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 그렇다고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대 후 얼마 되지 않아 무대에 섰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의 두둑한 보이스, 극을 관통하는 특별한 매력이 기자의 호기심을 일으켰다. (너무 개인적인 취향이던가?)

어쨌든 ‘노틀 담 드 파리’에서 그 어떤 콰지모도보다 강렬하고 비운에 찬 연기를 선보였던 윤형렬의 선 굵은 연기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이미 ‘광화문 연가’로 이어졌다. 것도 일본에서. 이미 스타로서의 행보를 걷고 있는지도.

임태경, 소냐, 차지연 등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들과 아이돌들이 출연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는 ‘불후의 명곡’에서도 그를 알아봤으니까. 가수로 데뷔해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에겐 어떠면 벼르던 무대였는지도 모른다.

이미 수많은 러브콜 중에서 선택을 하는 입장이 된 배우 윤형렬. 그래서 빌어본다.

앞으로도 많은 뮤지컬 무대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사랑을 따라 하버드에 입학한 금발머리 엘 우즈!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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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할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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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화장터의 모습이 떠오른다.

불이 할아버지를 태웠는데 다리뼈가 남아있다. 아들들이 하얀 뼈를 주워 장례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건넨다. 뼈를 기계에 넣는다. 뼈가 갈린다. 할아버지는 하얀 재가 되었다. 내 아버지가 그의 아버지를 고향 땅에 뿌린다. 나도 언젠간 저런 날이 오겠지, 비를 맞으며 생각한다. 주름지고 거친 육체가, 아파서 몸부림 쳤던 마지막 3개월의 80먹은 육체가 빗물에 젖어 형체 없이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없어진 날이다.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의 할아버지처럼 내 할아버지도 시골 사람이다. 태어났는데 너무 가난했다. 맨발로 다녔고 나무를 해오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했다. 그래도 뼈가 굵고 키가 컸다. 농사를 무척이나 잘했고 경북 문경군 장사라고 했다. 자식을 다섯 낳았다. 아들딸은 자라서 흩어졌다. 할머니가 아프다가 죽었다. 가끔 문경에 갈 때 늙은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말년을 대도시 부산에서 사셨다. 큰아버지댁에서 살았는데 방은 항상 컴컴했고 담배를 하루에 한 갑 넘게 피셨다. TV를 보거나 화투를 치다가 근처 경로당을 다녀오셨다. 대하역사소설을 보시다 낮잠을 잤다. 2주에 한 번 한 시간 거리의 작은 아들 집에 주무시러 오셨다. 토요일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날은 닭죽을 먹는 날이었다. 대면대면 하던 아들보다는 며느리인 내 엄마와 손자 둘을 좋아했다. 20년을 왔다 갔다 하시며 생을 견디셨다. 할아버지와 같이 잤는데 아침에 깨면 먼저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지 숨소리를 들었다. 언젠가 돌아가실걸 알지만 그게 무서워서 매번 확인했다. 내 나이 19살에 할아버지의 죽음이 불쑥 찾아왔다. 덤덤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책 제목이 나에게 너무 아프다. 기쁘게 해드릴 할아버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민수는 아침에 할아버지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세숫물을 받고, 머리를 빗어드리고, 입에 달걀 부침을 넣어드리고, 안마를 하고 할아버지를 꼭 안아드린다. 이 책은 글을 쓴 김인자 작가가 수많은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할아버지와 아이를 이어줄 따뜻한 다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할아버지들이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을 그림과 글을 통해 보여준다.


나는 민수처럼 할아버지께 잘 해드리지 못했다. 살가운 손자가 아니었다. 사춘기가 되서 할아버지와 같이 자기 싫어서 동생 등을 떠밀었다. 태종대 놀러 가자고 했는데 싫다고 안 가서 할아버지 혼자 가게 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한이 된다. 상경해서 전화 한 통 안 드렸는데 첫 학기 끝나고 내려간 방학에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달려간 방에서 안아 드리지 못해서 후회스럽다.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목욕탕에 가면 등이 아플 정도로 빡빡 미는 장성한 청년이 자랑스러우셨을 거다. 엄마한테 회초리로 맞으면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던 손자가 귀여웠을 거다. 고운 한복을 입고 포대기로 업고 다닌 갓난 아기가 그냥 좋았을 거다.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 그걸로 된거다. 할아버지가 없어서 너무 서럽다. 꿈에 나타나주세요.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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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
김인자 글/윤문영 그림 | 파랑새어린이
날로 각박하고 살벌해지는 현대 사회의 병폐는 결국 사랑의 결핍에서 옵니다.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우리 모두를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 것은 단절과 고립, 소외이며 이 모든 아픈 상처와 슬픈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따뜻한 관심과 소통, 교감 그리고 사랑입니다. 꽁꽁 언 땅을 녹이는 따스한 햇살처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고 감싸 안아 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사랑의 힐링 그림책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을 이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와 아이, 그리고 가족들에게 바칩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제2의 비틀즈라 불리던 그들이었지만 - 낵(The Kn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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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데뷔앨범’은 때로 그룹의 이후 커리어를 사장시켜버립니다. 제2의 비틀즈라는 호평을 받으며 출발한 낵의 커리어는 이 훌륭한 데뷔앨범 탓에 난항을 겪게 되지요. 오늘의 명반, 누구나 들으면 아는 곡인 「My Sharona」의 주인공 낵입니다.


Knack < Get The Knack > (1979)

‘세상 누구나 아는 명곡’을 저작한 뮤지션이 가지는 실리는 어떨까. 얼핏 생각하기로는 긍정적인 면이 절대적으로 클 것 같지만, 음악사를 살펴보면 이것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예도 생각 외로 많다. 흔히 ‘원 히트 원더’로 불리는 뮤지션들이 쉬운 예로,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쌓은 고성을 결국 넘지 못해 이 그룹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낵(The Knack)은 ‘원 히트 원더’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긍정적 결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큰’ 경우의 대표적인 밴드라 할 수 있다. 음악에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도 「My Sharona」의 인트로 리듬과 멜로디는 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낵의 존재를 모르고, 알더라도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역시 이것이 문제였다. 그룹은 커리어를 계속해 나갔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이 숙제를 풀지 못했다. 2집과 3집을 내면서도 처음 스스로 이뤄놓은 성과를 넘어서지 못한 탓이기도 했지만, 바꾸어 말하면 그것은 데뷔작이 워낙에 월등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이 음반, < Get The Knack >이다.

이 한 장의 앨범을 통해 미국 출신의 신출내기들은 처음부터 비틀즈에 비견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4인조 밴드 편성 때문에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초기의 비틀즈를 연상시킬 만큼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할 수 있는 통통 튀면서도 멜로딕한 음악 덕분이었다. 「My Sharona」만 회자된다는 것이 야속할 만큼, 앨범은 상향 평준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처음 ‘Let me out’이 전하는 격정은 록 밴드의 원초적 에너지에 충실하고, 「Your number or your name」과 「Maybe tonight」는 왜 이들이 비틀즈에 비견되어 회자되었는지를 증명하는 멜로디와 화성 중심의 트랙들이다.

캐치한 멜로디로 빌보드 11위에까지 랭크된 두 번째 싱글 「Good girls don't」 역시 밴드의 대표곡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망의 「My Sharona」. 흔히 초반부의 리듬과 멜로디로 기억되는 곡이지만, 장장 1분 30초에 달하는 솔로 연주 또한 그냥 넘기면 섭섭할 멜로디다. 베이스와 드럼이 만드는 텐션감은 이 곡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대변한다.

사운드로만 놓고 봐도 1970년대의 레코딩에서 탈피한 음반이다. 과거의 음반을 꺼내 듣게 되면 아무리 수작이라도 일말의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은데-물론 이것은 음악의 완성도보다는 소리의 옛 질감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이들의 앨범에는 그런 것조차 없다. 언제 들어도 현대적이고, 그래서 클래식으로 남기에 손색이 없다.


그 배경 때문에 지금도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감정을 끌어내는 앨범이지만, < Get The Knack >은 1970년대의 마지막을 풍족하게 장식한 ‘끝내주는’ 앨범들 중 하나로 여전히 우뚝 솟아있다. 아마 「My Sharona」가 전파를 타는 이상, 또 사람들이 그걸 듣고 ‘아, 이 노래!’하며 반갑게 받아들이는 이상 이들의 위치는 언제까지고 변함없을 것이다. 앨범을 통한다면 그 진가를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음은 물론이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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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패션이 된 한국사회 - 『사회적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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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신과 교과서는 우울증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가 반응성 우울증이다. 이별이나 실패와 같은 일을 겪고 난 반응으로 우울증이 온 것이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나면 힘들어하는 것은 정상반응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균적인 수준보다 훨씬 심하게 힘들어한다. 두 번째는 내인성 우울증이다. 특별히 우울해할 만한 일이 없는데도 그냥 기분이 가라앉고, 식욕이 떨어지고 잠을 못자는 우울증상이다. 이 경우는 생물학적으로 취약성이 있는 사람으로 파악했다. 요새는 이런 분류를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에는 유용한 면이 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다마키는 『사회적 우울증』에서 고전적 우울증의 이분법이 아닌 새로운 분류법을 제시했다. 일본의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환자군이 나왔기 때문이다. 고전적 우울증은 위에서 설명한 내인성 우울증이다. 생물학적 우울증으로 중증의 증상이 있고 고전적 치료법에 잘 반응한다. 자기 동굴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고 다른 사람 신경 쓸 에너지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는 “뿌리 깊은 나무가 어지간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마음깊이 뿌리내린 중증 우울증은 증상에 따른 고통이 워낙 커서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한다.

사이토 다마키는 우울증이 현대사회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이런 고전적 우울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종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신종 우울증에 대해 사회적 관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사회적 우울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원래는 정상적일 수 있는 개인이다. 또, 가족이나 사회 자체도 병리적이라고 할 만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사이의 관계가 병리적이면 개인에게 병이 생긴다. 관계의 어긋남,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이 개인을 우울증이라는 병리적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은 건강한데 가족과 관계가 그에게 우울증을 줄 수 있다. 이런 사회적 우울증의 원인은 개인의 생물학적 소인보다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다소 소심한 성격이고, 생존이 치열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궁합이 맞지 않는 직장내 인간관계까지 더해지면 증상이 생기고 쉽게 좋아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우울증의 특징은 이렇다. 의사가 보기에 증상은 가벼운데 잘 낫지 않는다. 일을 하지는 못하는데 잘 지켜보면 놀러 다니는 것은 잘 한다. 무단결근, 병가를 내도 미안해하지 않고 직장과 부모의 탓으로 돌린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잘 맞지 않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세상 탓을 한다. 병원도 잘 오지 않고 진단서를 받아야할 때만 찾아온다.

실제로 요새 필자도 병원에서 자주 만나는 유형이다. 중증의 우울증이라고 볼 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기능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힘들어한다. 약물치료에도 잘 반응을 하지 않는 그런 사람.

이런 유형이 늘어난 것에는 사회문화적 영향도 크다. 심리학 열풍이 일본에서도 십수 년 전부터 불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성격분석을 하고, 왜 힘들어졌는지 심리적 이유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문제를

“어린 시절 폭력적 아버지 밑에서 자라 외디프스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라는 식의 실존적 고민이 심리학적 지식에 의해 더 강화되고 보강되며 합리화의 자료로 이용되며 고착된다는 것이다. 그런 지적 합리화의 뒤에는 다음의 심리기제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은 자존심은 높은데, 자신감은 낮다. 자존심은 위에서 잡아당기는 동기부여의 역할을 해주고 목표를 준다. 자신감은 자아를 밑에서 들어올려 목표를 좇아 활동할 수 있게 해 준다. 고고한 자존심에 걸맞는 자신감을 갖지 못한 겨우 ‘내 능력을 모두에게 보여주겠다’는 과도한 야심을 따라잡지 못하고, 결국 수치심에 사로잡혀 관계 안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게 된다. 드높은 자존심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무능하고 나약하다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 거기다 자신감이 없으니 스스로 한발 앞도 못나간다.

이런 자중지란의 상태가 사회적 우울증의 실체다. 사회적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얼핏 보면 멀쩡하나, 자존심과 삶의 지향점이 지나치게 높게 잡힌 상태라 “나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감은 바닥이다. 혼자 무엇을 해본 적이 없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혼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관계에 의존해서 살아온 삶의 패턴은 관계에 쉽게 영향을 받고 흔들린다. 한 관계에서 이쪽으로 흔들리면 저 관계에서는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어찌할 바 몰라 흔들리는 사이에 마음의 힘은 점점 약해진다. 여기에 더해 심리학 열풍은 “그래, 나는 우울증일 수밖에 없어”라는 자기진단을 내리게 하며,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덫 안에 자신을 가두어 버린다.

일본이 우리사회보다 대략 20년 정도 앞서 간다는 사회학적 관찰이 있다.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은 두 나라다. 일본의 사회적 변화로 생긴 새로운 병리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차를 두고 관찰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나는 몇 년 사이에 이와 유사한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젊은이를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

해결책으로 저자는 환경의 변화를 제시한다. 환자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병이 지닌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무작정 쉬기보다 적절한 활동을 하고 타인과 관계의 끈을 놓지 말고 유지하기를 권한다. 생활습관과 주변환경, 그리고 대인관계의 패턴을 바꾸는 것으로 충분히 이 사회적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사이토 다마키는 조언한다. 이러한 처방은 실제로 저자가 임상경험을 겪은 뒤 얻은 결론이다.

요새 들어 나는 “우울증이 패션이 된 한국사회”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말 힘든 사람도 많고, 마음의 고통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은 사회임은 분명하다. 이럴 때 일본에서 나타난 ‘사회적 우울증’이라는 개념은 우리사회에서 마음이 아파 고생하며, 우울하다고 자신을 인식하는 많은 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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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우울증사이토 다마키 저/이서연 역 | 한문화
저자는 은둔형 외톨이나 신종 우울증을 ‘개인의 병리’가 아닌 ‘가족과 사회 시스템의 병리’로 보고, 신종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모두 사회적 관계에서 찾기에 신종 우울증을 곧 ‘사회적 우울증’이라 명명하였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적 우울증』에서는 사회 전반적인 환경에서 신종 우울증의 원인을 짚어보고, ‘자기애’가 발달하는 과정에 착안하여 이제까지 쉽게 간과했던 ‘인간관계’와 ‘활동’에 주목하여 약물치료가 아닌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는 완벽에 가까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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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얼마나 많은 영화들을 봤을까.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었을까. 얼마나 재미난 일들이 많이 있었을까. 새 다이어리를 구매하면서 2012년도 다이어리를 들춰 봤다. 그리고 <음치클리닉>을 마지막으로 2012년도에 정식 극장에 개봉된 영화들을 총 76편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편수다. 뭐 영화제에서 본 것까지 합하면 100편은 족히 넘을 것 같다.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연말정산, 한번쯤 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리했다. 2012 아주 개인적인 시네마 연말정산!



관람작 리스트(극장에서 본 작품들만, 영화제 제외)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ㅣ 레전드 오브 래빗 ㅣ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ㅣ 백설공주 ㅣ 용문비갑 ㅣ 내가사는 피부 ㅣ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ㅣ 백야 ㅣ 라이온킹 3D ㅣ 장화신은 고양이 ㅣ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 ㅣ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ㅣ 고스트라이더2 : 복수의 화신 ㅣ 더 레이븐 ㅣ 세이프 ㅣ 디스 민즈 워 ㅣ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시작 ㅣ 매직 마이크 ㅣ 크로니클 ㅣ 코리아 ㅣ 건축학개론 ㅣ 언터쳐블 : 1%의 우정 ㅣ 어벤져스 ㅣ 돈의 맛 ㅣ 맨 인 블랙3 ㅣ 차형사 ㅣ 프로메테우스 ㅣ 미확인 동영상 ㅣ 마다가스카 3D ㅣ 락 아웃 ㅣ 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 ㅣ 케빈 인 더 우즈 ㅣ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ㅣ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ㅣ 도둑들 ㅣ 무서운 이야기 ㅣ 스텝업4 : 레볼루션 ㅣ 토탈리콜 ㅣ 미드나잇 인 파리 ㅣ 케빈에 대하여 ㅣ 링컨 : 벰파이어 헌터 ㅣ 19곰 테드 ㅣ 레지던트이블5 : 최후의 전쟁 ㅣ 대학살의 신 ㅣ 피에타 ㅣ 이웃사람 ㅣ 점쟁이들 ㅣ 본 레거시 ㅣ 늑대아이 ㅣ 공모자들 ㅣ 루퍼 ㅣ 용의자X ㅣ 회사원 ㅣ 위험한 관계 ㅣ 롱폴링 ㅣ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ㅣ 007 스카이폴 ㅣ 우리도 사랑일까 ㅣ 아르고 ㅣ 늑대소년 ㅣ 다크아워 ㅣ 배틀쉽 ㅣ 연가시 ㅣ 다크나이트 라이즈 ㅣ 광해 : 왕이된 남자 ㅣ 은교 ㅣ 헤이 와이어 ㅣ 럼 다이어리 ㅣ 지난여름 갑자기 ㅣ 남쪽으로 간다 ㅣ 살인소설 ㅣ 심플 라이프 ㅣ 돈 크라이 마미 ㅣ 브레이킹던 파트2 ㅣ 저지 드레드 ㅣ 음치클리닉

이 영화, 극장에서 보길 잘 했어!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솔직히 지금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3편이었다. 톰 크루즈의 기행(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방방 뛰었던) 때문에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 자체의 쫀쫀함은 1편이나 2편을 능가했다. 그리고 별 기대 없이 4편을 봤고, 다시금 '이단 헌트'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몸을 사리지 않는 톰 크루즈의 연기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영화가 주는 거대한 스케일과 볼 거리가 상영 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호텔 에서의 와이어 액션 신은 한마디로 영화의 백미. 큰 화면에서 보는 것을 놓쳤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학개론>

별 기대 없이 봤으나, 큰 감동을 받고 만 영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첫사랑의 공통분모를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다루다니… 감독님의 연출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가인, 엄태웅, 이제훈, 수지의 앙상블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연기력이 늘 문제였던 배우들에게 이 정도의 느낌을 끌어 낸 것은 분명 감독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다시 꺼내 듣게 만든 2012년도에 나온 최고 수준의 멜로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가인과 엄태웅은 마지막에 잤을까 혹은 수지는 그 못된 선배와 같이 잤을까 등등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게 한, 가장 말을 많이 만들어 낸 영화.



<어벤져스>

조스 웨던 감독을 존경하기로 했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서 어떤 캐릭터도 놓치지 않은 그의 연출력은 앞으로 나올 히어로 영화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물량이 크게 투입될 수록 이야기와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슈퍼 액션 히어로 영화의 교과서 같은 영화다. 틈틈이 웃기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보여주는 화끈한 전개가 2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할 정도. 이와 비슷한 컨셉의<저스티스 리그>(슈퍼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등등이 한꺼번에 출연하는)가 과연 <어벤져스>의 아성을 넘어 설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심플 라이프>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계속 흐느껴 울어야 했던 영화다. 제목처럼 아주 심플한 영화고, 억지 감정을 강요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정말이지 극도로 담백한 영화다.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보다 더 담백하다. 그런데 눈물이 흐른다. 수십년을 가정부로 살아왔던 여인의 마지막 시간을 그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주연을 맡은 '아타오'역의 엽덕한은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극적인 영화에 지쳐있는 당신을 위한 치유의 영화다.



<도둑들>

말이 많은 영화임을 알고 있다. 솔직히 13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만한 영화였냐 하는 것이 가장 큰 화두다. 다양한 주변 환경들과 다양한 이슈들 때문에 역대 최고 흥행작의 왕자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영화의 힘이다. 대한민국에서 자랑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등장하고, <전우치>, <범죄의 재구성>최동훈 감독의 매끄러운 연출력이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찾아 보기 어려웠던 캐이퍼 무비라는 장르를 가져온 것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어벤져스>가 히어로들의 앙상블을 보여줬다면 <도둑들>은 한국 최고의 배우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가장 매력적인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아르고>

제 2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벤 에플렉이 연출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끈을 놓치지 않는 괴력에 놀라움이 느껴지는 영화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연출력, 그리고 이야기의 밀도가 살아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스릴러 영화다.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기에 다소 늘어질 수도 있었을 법한 이야기였지만, 벤 에플렉의 연출력은 이 같은 위기를 말끔히 극복한다. 전미 박스오피스 1위, 1억불 수익 돌파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벤 에플렉 자신을 제외하고는 스타도 하나 등장하지 않는 영화가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어떤 인정을 받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



<다크 나이트 라이즈>

극장에서 두 번 봤다. 솔직히 모두가 극찬해 마지 않는 <다크 나이트>를 그닥 재미있게 보지 않아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개봉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나 봤다. 동네 소 개봉관에서 영화를 보고는 너무나 좋아서 어렵게 IMAX관을 찾아 다시 한번 봤다. 태어나서 처음 본 IMAX 영화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라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생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생일을 기념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마음이 움직일 정도로 감동 받았다. 더 이상의 배트맨 시리즈가 나올 수 있을까.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한 완벽에 가까운 영화.



<매직 마이크>

이 영화는 소품이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하고, 채닝 테이텀, 매튜 매커너히, 알렉스 페티퍼, 매튜 본 등의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하고 있지만, 솔직히 매우 작은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 참 재미있다. 그리고 솔직하다. 있는 척 하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해 보여준다. 끝내 주는 음악에 화끈한 퍼포먼스가 일품이다. <헤이 와이어>로 주춤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매직 마이크>로 부활했고, 채닝 테이텀의 인기는 <지 아이 조2>의 재촬영을 야기했다. 내년 상반기에 개봉될 <사이드 이펙트>가 기대 되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 뿐만 아니라 스티븐 소더버그와 채닝 테이텀이 다시 만났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다가스카 3D>

3D 영화라면, 자고로 마다가스카 3D 정도는 돼야 3D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화면을 뚫고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3D 기술은 근래 본 영화들 가운데 마다가스카 3D가 최고였다. 솔직히 입장 수익을 늘리기 위해 2D에서 3D로 변환한 영화들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만 가득했는데, 마다가스카 3D를 보는 순간 입장료 13,000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자체도 역대 시리즈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하다. 기존 3D 영화에 실망한 관객들이라면, 꼭 봐야 할 최고 퀄러티의 3D 어드벤쳐 영화다.



<광해 - 왕이 된 남자>

CJ가 열심히 밀어서 12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화가 힘이 없었다면 과연 12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을까? 아니다. <광해>는 쉽고, 재미있고, 우아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다. 특히 영화 전편을 끌고 가는 이병헌의 힘이 굉장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의 앞두고 공개된 이 영화는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나라를 이끌어갈 왕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 지를 쉽게 설파한다. 화려한 미장센과 촘촘하게 짜여진 영화적 요소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이고 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추창민 감독님은 드디어 최고의 흥행 홈런을 날리는데 성공했다.


TO BE CONTINUED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경이롭고 황홀한 영화 리안 감독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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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가운데 표류하게 된 소년과 벵갈 호랑이의 이야기? 게다가 자연의 풍광 속 인간, 가족, 갈등과 화해의 서사시를 그려온 리안 감독의 3D 영화? 기대와 함께 살짝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솔직히 2003년 리안 감독의 블록버스터 <헐크>는 감독의 명성에 비한다면 다소 밋밋한 답안지 같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기우를 털어내고 리안 감독은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진지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테크놀로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한 마디로 <라이프 오브 파이>는 경이롭고 황홀한 영화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소년과 호랑이의 태평양 표류기를 통해 사람의 절대 가치인 믿음과 용기, 희망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는 작품이다. 인도에 살던 소년 파이는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야 한다. 파이의 아버지는 그가 소유했던 동물원을 처분하고 동물들을 팔기 위해 배에 함께 싣는다. 파이의 가족과 동물을 함께 태운 배는 세상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마리아나 해구를 지나면서 폭풍우를 만나고, 사납게 몰아치는 폭풍우는 배를 집어 삼킨다. 결국 구명보트에 몸을 싣고 겨우 살아남은 건 파이와 오랑우탄, 얼룩말, 하이에나, 그리고 뱅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 뿐이다. 구명보트 안에서 동물들은 약육강식의 본능대로 서로를 잡아먹고, 당연히 호랑이가 살아남는다. 이제 비좁은 구명보트에 남은 건 파이와 호랑이 단둘이다. 둘은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낯설고 기이한 공생을 시작한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사슬 앞에서 결코 양립되어 보일 수 없었던 인간과 호랑이의 공존은 아름답다. 당장 생존에 지장을 줄 법한 호랑이를 적으로 간주하기보다, 함께 위기를 해쳐갈 동반자로 보았던 파이의 지혜는 리안 감독의 전작들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질문과 맞닿아 있다. 세상 속 나와 ‘이방인’ 혹은 세상 속 ‘이방인으로서의 나’와 타인 사이의 갈등과 화해, 공존의 법칙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거대한 화두 중 하나이다. 결과적으로 파이의 생존은 이방인이 나의 적이 아닌, 공생의 동반자라는 깨달음과 함께 한다. 철학적이고 감동적이다.


3D로 펼쳐지는 태평양의 풍광은 격정적이고 역동적이지만, 리안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살린 감성적인 사색이 영화의 전체를 감싼다. 폭풍우라는 거센 절망과 생존의 위기 속에 표류하면서도 인간이 지녀야 할 것은 희망이며, 그것이 인생의 본질이라는 리안 감독의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아우른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나오면서 그 동안 보았던 3D 영화를 되짚어 보았다. 최첨단의 기술력으로 한계를 뛰어 넘은 피터 잭슨의 <호빗>부터 3D 영화를 통해 감동까지 맛볼 수 있었던 <아바타>,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등 앞선 작품들은 기술력과 이야기의 훌륭한 조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작품들이었지만 3D 안경을 끼고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영화를 통한 ‘공감’이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통한 ‘감탄’을 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2013년 피터 잭슨과 리안 감독은 각각의 3D 영화를 통해 테크놀로지와 이야기가 공생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피터 잭슨은 <호빗>을 통해 3D 기술력이 표현할 수 있는 현실적 공간의 깊이를 통해 관객들이 마치 중간계에 와 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여기에 리안 감독은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경이로움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감나는 표현을 위한 기술을 통해 ‘공감’이라는 영화라는 장르가 지신 근원적 감동에 다가간다. 이를 위해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영화적 체험을 위한 3D가 아니라, 이야기를 보조해주는 수단으로서 3D 기술력의 완급과 강약을 이야기의 층위에 맞게 조절해낸다.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영화의 감동과 드라마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한 테크놀로지의 활용이라는 공생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될만하다.


   소수가 주류를 긍정하는 아이러니와 그 힘


<쿵푸선생>

뉴욕 대학을 졸업한 리안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1992년 <쿵푸선생>은 리안 감독 스스로가 묻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에 온 대만의 쿵후 선생과 뉴욕에 정착한 이민자 아들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 이 영화는 개인과 가족, 현대와 전통, 서양과 동양의 대립이 한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묘사하는 영화였다. 리안 감독은 낯선 이국에서 벌어지는 동양인의 충돌을 호들갑스럽게 바라보기 보다는, 코스비 쇼같은 중산층의 여유로운 유머로 담아낸다.


<결혼피로연>

두 번째 영화 <결혼피로연>은 동성애자인 대만 출신의 유학생이 부모의 강권으로 인해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려낸다. 여기서도 리안 감독은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 속 동양인 동성애자라는 이방인을 그리면서, 그들보다 더욱 더 이방인으로 보이는 전통적 관습에 익숙한 어머니를 배치시킨다. 베를린 영화제는 이 떠들썩한 소동극의 가치를 인정하며 그에게 금곰상을 안겨주었고, 리안 감독은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스타 감독이 되었다. 천방지축 세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 <음식남녀>는 리안 감독의 명성이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리안 감독이 활동하던 시절의 대만은 관금붕을 중심으로 한 뉴웨이브가 주도하던 때였지만, 그는 시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면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센스, 센서빌리티>


<아이스 스톰>

1995년 리안 감독은 <센스, 센서빌리티>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다. 제인 오스틴의 원작인 19세기 영국 시대극을 연출하는 동양의 남자 감독이라니, 꽤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리안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다시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리안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1997년 <아이스 스톰>이다. 1970년대 ‘스와핑’을 소재로 자기분열적 유희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미국 중산층 가족의 황폐한 일상을 통해 리안 감독은 서구 자본주의와 견고한 가족주의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그 어떤 미국의 감독보다 더 예리하고 냉정하게 미국사회의 폐부를 드러낸다.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1999년 미국 남북전쟁을 그린 <라이드 위드 데블>에 이어, 리안 감독은 2000년 정말 의외의 영화를 연출해내는데, 그것이 바로 무협영화 <와호장룡>이다. 자신의 의무감 때문에 사랑을 인내하고 희생시켜야 하는 것이 중국적 정서라고 생각한 리안 감독은 영화 속에 흐르는 동양적 음악과 무술, 정서를 환기시키며 동양인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되짚어 본다. 2003년 <헐크>에 이어 2005년 리안 감독의 역작 <브로크백 마운틴>은 거친 카우보이들의 애달픈 사랑을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담아낸다. 세상 속의 이방인 애니스와 잭의 사랑을 유일하게 품어준 것은 브로크백이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산뿐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리안 감독의 전작들이 보여주었던, 가족, 이방인, 자연의 풍광을 아우르는 거대한 산맥을 훑어내는 서사시가 된다. 애니스와 잭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위태로워지는 건 그들의 가족이다. 개인의 사랑과 가족의 분열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관계를 바라보는 리안 감독의 시선은 그의 첫 작품 <쿵푸선생>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색,계>

2007년 리안 감독은 다시 대륙으로 돌아가 <색,계>를 통해 육체와 그 현존을 통한 인간의 삶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자극적인 육체관계와 격정적 드라마의 사이를 파고드는 그 노곤한 삶의 권태와 나른함이 무척이나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2009년 <테이킹 우드스탁>은 이안 감독답게 락 페스티벌을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소동극인데,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소품이다.


리안 감독은 미국 속 동양인, 전통적 가치에 맞선 젊은이, 보수적 세상 속 동성애자, 스파이 등 주로 경계에 선 이방인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퀴어, 멜로, 여성, 가족, 무협, 블록버스터, 음악, 전쟁, 시대, 3D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여 왔다. 하지만 그 이방인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고 오히려 객관적 진실함으로 다가온다. 리안 감독에게 성별, 국적, 장르의 경계란 이미 무의미한 분류에 불과하다. 그는 경계가 나눠지는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리안 감독이 난도질 슬래셔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리안이라면 칼을 휘두르는 자와 찔리는 자 사이의 유대와 생존, 그리고 그 사이에 오가는 삶의 의미를 또 그 장르 속에 녹여낼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신출귀몰 프랭크와 그를 잡으려는 칼의 유쾌한 게임!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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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개봉영화 연말정산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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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오고야 말았다. 물론 기획은 2012년에 마무리를 짓는 것이었지만, 연말연시는 늘 바쁘다 보니 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아직 설날이 지나지 않았으니 2012년이라고 우겨볼까 싶기도 한데, 그보단 사과를 꾸벅 하고 드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죄송합니다”

2013년이 되어서는 아직 극장에서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못했다. 2012년에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타워>고, 지난 1탄 이후 <아무르>, <나의 PS 파트너>등이 추가 되었다.


의외의 흥행


<미드나잇 인 파리>

우디 알렌의 영화는 한국시장에 잘 먹히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우디 알렌의 영화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다. 2012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나라의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3천 달러가 넘는다. 그 때문일까. <미드나잇 인 파리>는 불법공유파일이 엄청나게 유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35만이 넘는 관객들을 맞이했다. 영화에 대한 평도 매우 호의적이고, 평소에 잘 움직이지 않던 30대 이상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 평일에 매진을 기록하는 한편, 아줌마 아저씨들의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뿐만 아니라, 최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예술영화들 역시 어르신들의 극장나들이를 통해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르>, <우리도 사랑일까>, <케빈에 대하여>등의 작품들이 어르신 관객들의 수혜를 입은 작품들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다음 작품인 <투 롬 위드 러브>역시 수입사들의 활발한 경쟁속에 한국에 수입이 되었고, 2013년 상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바야흐로 영화 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영화보기, 쉽지 않아요


<피에타>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괴롭다고 느껴지는 것은 영화가 재미 없거나 아니면 정말 못 만들었거나 또는 너무 잔인하거나 등등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영화들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였다. 원래부터 감독님의 정서를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작품이라는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여전히 거칠고 비린 이 작품은 솔직히 영화를 보는 도중에 몇 번이고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 가운데 가장 과대평가된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김기덕 감독님도 착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를 만들어 주실 날이 올까? 이 외에도 최근에 본 <아무르>도 무척이나 보기 괴로웠다.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건조함, 꽉 막힌 공간이 주는 답답함 그리고 잃어가는 기억과 사랑에 대한 섬세한 고찰이 '영화적 판타지'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조금 다른 이유지만 <고스트라이더2 : 복수의 화신>, <점쟁이들>, <차형사>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영화들이었다.


다음이 기대됩니다


<이웃사람>장영남

<건축학개론>은 신선한 얼굴들을 찾아냈다. 조정석과 수지. 두 사람은 정말이지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임이 분명하다.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이 배우들의 최고치를 끌어낸 작품 <건축학개론>이다. 영화적 완성도와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 역시 2012년에 개봉된 그 어떤 한국영화들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수지와 함께 2012년도 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나눠가진 <은교>의 김고은도 잊어선 안될 얼굴이다.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연기를 선보인 김고은은 함께 출연한 박해일과 김무열을 압도해버렸다. 이 밖에도 <이웃사람>의 장영남, 마동석, 김성균 등도 훌륭한 앙상블 연기를 선보이며 '강풀원작은 흥행에 실패한다'라는 징크스를 확실하게 깨 줬다. 이 중에서도 7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늑대소년>의 장영남은 능청스러운 아줌마 연기를 선보이며 다음에 개봉될 단독 주연작인 <공정사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최고의 앙상블


<도둑들>전지현 外

올해는 유독 단독 주연작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좌충우돌 사건사고를 만들어 내는 영화들이 다수 개봉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기록을 갈아치운 <도둑들>을 시작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간첩>등의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이 가운데서 <도둑들>의 호흡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전지현의 재발견을 비롯해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이정재에게 1000만 배우의 수식어를 달아준 작품이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도둑들>은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을 데리고 만든 최고의 영화임에 분명하다. 외화의 경우는 누가 뭐래도 <어벤저스>를 들 수 밖에 없다. 캐릭터 하나로 한편의 영화 제작이 가능한 이들이 한꺼번에 나와 튀지 않는 선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로 인해 히어로 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리고 보니, 두 작품이 2012년도 최고 흥행 한국영화, 최고 흥행 외화의 자리를 차지했다. 역시 하나 보다는 여럿의 힘이 크다.


흥행이 아쉬워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만들어 냈던 <매직 마이크>는 한국에서 속된 말로 완전 망했다. 남자 스트리퍼라는 화끈한 소재가 한국사람들의 정서에는 너무 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기 때문에 신작의 개봉이 늦춰지고 출연분량을 추가하느라 재 촬영까지 하게 만든 '채닝 테이텀'이라는 배우의 출연도 한국 관객들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개봉 주 60개 스크린이라는 충격적인 개봉규모를 선보인 <매직 마이크>는 3만이 되지 않는 최종 관객수를 기록하며 쓸쓸히 극장가에서 사라져버렸다. 벤 에플렉이 연출한 <아르고>도 아깝기는 마찬가지. 영화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 작품은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지만 한국에서는 20만이 되지 않는 스코어를 남긴채 쓸쓸히 막을 내렸다. 개봉시기만 일렀어도 <더 레이븐>의 관객수도 지금보다는 많았을 거란 것이 관계자들의 결과론적인 얘기다.


저희 작두 탔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배두나


애니메이션<눈의 여왕>

2012년도 배급사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회사는 누가 뭐래도 NEW다. CJ나 롯데 같은 대기업이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하게 영화만 하는 NEW의 타율은 2012년도 최고를 자랑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부러진 화살>, <러브픽션>, <언터쳐블 : 1%의 우정>, <피에타>, <브레이킹던 part2>, <반창꼬>, <나는 공무원이다>등이 흥행에 성공하거나 적어도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우먼 인 블랙>, <미쓰GO>, <점쟁이들>, <봄, 눈>정도만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 이러다 보니 NEW의 기운을 받아 흥행 성공에 열망하는 영화들이 최근 줄을 잇고 있다는 소문이다. 2013년에도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필두로 <7번 방의 기적>, <감시>, <호스트>, <잡스>, <신세계>, <눈의 여왕>등의 기대작들이 NEW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고의 팀웍을 자랑한다는 NEW의 2013년도 행보 역시 2012년을 이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

홍보사 퍼스트룩은 올해 <광해 - 왕이된 남자>, <도둑들>두 작품을 연속으로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션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등, 이들을 거쳐간 영화들의 2012년 총 관객수는 4,000만 명이 넘는다. 일에 지쳐 회사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다시 복귀하자 마자 이들의 실력을 인정한 수많은 영화사들이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영화 홍보를 하기 전, 그들은 주어지는 모든 작품을 소화하기 보다는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한국영화는 시나리오 모니터링부터, 외화는 작품의 패키징부터 꼼꼼하게 따져 선택한 것이다. 퍼스트룩 외에도 <늑대소년>으로 이름을 알린 흥미진진은 이 외에도 <연가시>, <새미의 어드벤쳐2>, <건축학개론>등의 흥행작을 쏟아냈다. 지난해 여름 회사가 오픈 한 점을 생각할 때, 기억해야 할 발전임에 틀림이 없다.

쓰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2012년 영화계를 두루 둘러보는 글이 되고 말았다. 2012년은 총 관객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다양한 작품들이 극장에 걸렸으며,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널리 알린 한해였다. 2013년에도 이 기운은 분명 이어질 것이며, 그간 문제시 되었던 독립영화의 조기종영 문제, 배급사와 극장의 수직계열화 문제, 심의에 대한 문제, 다양한 윈도우 개발에 대한 문제 등이 술술 풀려나가길 기원해 본다.

“HAPPY NEW YEAR!”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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